고 3 여름방학 때 나는 사범대학에 가라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예술학교 시험을 봤다.
그건 내가 부모에게 한 최초의 거짓말은
아니었을지라도 결정적 거짓말이었다.
나를 키운 팔 할의 기대를 배반한 작은 이 할,
나는 그게 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내 몸과 마음을 길러준 팔 할,
갈수록 뼈가 닳고 눈과 귀가 어두워져가는
그 팔 할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어릴 땐 꿈이 덤프트럭 기사였고,
아는 것 적고 배운 것 없지만
'그게 다 식구니까 그렇지' 라는 말로 부터
멀리 달아나셨던 분.
그렇지만 아주 멀리 가지는 못하신 분.
내겐 한없이 다정하고 때론 타인에게 무례한,
복잡하고 결함 많고 씩씩한 여성.
그리고 그녀가 삶을 자기 것으로 가꾸는 사이
자연스레 그걸 내가 목격하게끔 만들어 준
칼국수집 '맛나당’ 이 나를 키웠다, 내게 스몄다.
ⓒ 김애란 - 잊기 좋은 이름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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