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제자리 걸음. 권제훈, 김성준, 박생강, 이선진, 임국영 - 전세 인생
인생은 가도 가도 제자리. 앞으로 몇 발짝 걸어가 봤자 맞바람에 밀리면 어차피 제자리 걸음. 막 서른이 된 봉수는 책꽂이에 꽂힌 국어, 영어, 국사 교재를 맥없이 바라보았다. 몇 년의 이별 후에 다시 만난 과목들인가. 수능과 동시에 봉수의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보안프로그램이 바이러스를 검열하여 박멸하듯이 그들의 뇌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부터 가위질했다. 그러나 가차 없이 지워진 그 케케묵은 것들이야말로 삶의 지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 권제훈, 김성준, 박생강, 이선진, 임국영 - 전세 인생 앤드&
영정 속 아버지.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영정 속 아버지를 봤다. 영정 속, 이라는 말이 이제 다시 실물로 볼 수 없다는 실감을 불러일으켜, 나는 잠시 감상에 젖었다. 그러나 영정 속의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개인적인 감상 따위 부끄럽게 만드는 단호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 앞에 서면 언제나 이런 기분이었다. 좋은 옷, 예쁜 치마, 화장품, 머리 모양,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소소한 화제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그런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어쩐지 좀 억울해서 나는 영정 속 아버지를 노려본다. 그거사 니 사정이제, 나가 머라고 했간디, 아버지는 딴청을 피우는 듯했다.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량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창비 영정 속 아버지. 정지아 -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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