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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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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소리, 나만의 길.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세상은 자꾸만 나만의 길을 개척하라고 해요. 엉켜버린 길의 교통정리는 늘 뒷전이죠. 빵빵 클랙슨을 울리는 사람들.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거리를 쏟아져 나오는데, 누구도 들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마다 성을 쌓고 왕좌에 앉는 이 세상을 가만히 돌아보고 있노라면 저는 가진 것을 전부 내던지고 벌거벗은 채 거리에 나앉고 싶어져요. 이것도 나의 목소리, 나만의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한 장면에서 같은 표정을 짓는.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닮은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는 이들이 한 장면에서 같은 표정을 짓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에는 컴컴한 방 안에서 홀로 훌쩍거리는 순간도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이 영화를 알려줬던 j도 y도 언젠가 같은 장면을 앞에 둔 채, 휴지를 적셨을 테니까요. 시차가 조금 있을 뿐 결국 우리는 함께 울고 웃는 것일 테니까요. ⓒ 가랑비 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가볍게 내려놓기까지.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볍게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오래 무거운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손끝에 쥔 힘이 어깨를 얼마나 자주 뭉치게 했는지 당신이 알까요. 낯선 이름과 닿은 적 없는 장면 뒤에 숨어서 늘어놓았던 이야기를 지금 여기 아무도 없는 곳, 한가운데에 데려오기까지 얼마나 잦은 뒷걸음질을 쳤는지. 전부 꺼내 보일 수 없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어요.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들.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들이 있어. 하얀 머리카락을 까맣게 칠한다고 해서 하얗게 자라나는 뿌리를 막을 수는 없어.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자리를 찾아오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멈춰 서서 시간을 두고 바라보는 일이야.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을 때까지. 나는 이제 듬성듬성 난 새치를 가장 완벽히 가려줄 백발의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야.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나의 삶에 아직도를 묻는 당신께, 나는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글을 쓰고 걷는 삶을 살고 있다고요. 버티기만 하면 이길 거라던 H에게, 나의 삶은 끝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하는 싸움도 아니라고요. 나에게는요. 한 뼘의 자리에서 시름하는 밤과 성큼성큼 어디론가 나아가는 한낮의 산책은 언제라도 현재 진행형일 거라고요.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어느 시절, 어느 길목에]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옅은 두통처럼 조바심을 안고 산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마치 대단한 무언가라도 되는 것 같은 착각을 하다가도, 점을 찍고 나면 한없이 유한하고 사소한 자신을 깨닫는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계절의 끄트머리, 다 늦은 밤에 남기는 문장이 당신에게 도착할 때면 나는 어느 시절, 어느 길목에 있을까요. 그땐 또 어떤 갈망과 조바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지.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외로움과 자유함]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넌 이따금 혼자인 것 같더라. 별뜻은 없어. 좀 자유로워 보여서." 그때 알았어. 외로움과 자유함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이따금 제 자신도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말이야. 그날 눅눅한 공기 중에 들려오던 J의 말이 아니었더라면 난 나를 오해하고 있었을 거야. 외로운 사람이라고.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쓰는 나, 읽는 나]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글이란 참 신기하지. 분명 내가 남긴 이야기인데 그 시점을 지나고 나면 쓰는 나는 사라지고, 새롭게 읽는 나만 남는다는 게. 그 시절의 내가 이해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새로운 숙제처럼. 휘발된 시간 속에서 조금은 오해를 하고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면서 말이야.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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