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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지구를사랑할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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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던 순간] 정세랑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센트럴파크 한가운데서 비에 것은 채 녹슨 펜스에 걸쳐진 토끼 인형을 발견하고 별생각 없이 사진을 찍은 일에서 부터였다. 아마 어린 산책가가 실수로 두고 간 물건이었을 것이다. 토끼 인형은 한참 전에 내린 소나기에 젖었다가 말라가는 중이었다. 방치된 지 좀 된 것 같았지만 주인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찍은 사진이었고 금방 그 자리를 떴지만 뉴욕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그 이미지를 자주 떠올리게 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사진을 찍던 순간을 떠올리면 슬쩍 웃을 수 있고, 숨을 돌릴 수 있고, 뭐든 쓸 수 있었다. 정세랑 - 지구인 만큼 자구를 사랑할 순 없어. 위즈덤하우스
[괜찮은 날들에] 정세랑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어쨌건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좋아하는 편이고, 새로 좋아할 만한 것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기도 해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뭔가 힘든 일을 만나 마음이 꺾였을 때 좋아할 만한 대상을 찾으려고 하면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괜찮은 날들에 잔뜩 만들어 두고 나쁜 날들에 꺼내 쓰는 쪽이 낫지 않나 한다. 그런 의미어서 가끔 누가 "백 억이 생긴다면? 천 억이 생긴다면?" 하고 가정하는 질문을 던지면 작업을 쭉 따라가고 있는 동시대 작가의 전시에 가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제가 수집할게요." 하고 말하는 상상을 해버린다. ⓒ 정세랑 - 지구인 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위즈덤하우스
[얼마나 무리하느냐] 정세랑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어쨌든 많이 보고 싶었으므로 여행을 크게 즐기지 않으면서도 뉴욕까지 날아갔다. 원만큼만 가까운 친구라면 스리슬쩍 변명하고 가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확실히 무리하게 된다. 아끼는 마음의 척도를 얼마나 무리하느냐로 정할 수 있지 않을까? ◎ 정세랑 - 지구인 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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