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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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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유전되는가. 임야비 - 악의 유전학 다른 세상에서 날아온 거대한 손이 케케의 머리와 어깨를 잡아당겼다. 양수 터지듯 주변의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고 낯선 공기가 숨길로 밀려 들어왔다. 눈을 뜰 수 없었지만, 물 밖이라는 것 만은 확실했다. 가슴을 가득 채운 바람이 다시 좁다란 숨길을 따라 빠져나가면서 케케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정신이 돌아왔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온 힘을 눈썹에 모아 겨우 실눈을 떴다. 익숙한 검은 방이었다. 모든 게 꿈이었다는 생각이 들 찰나 방 전체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악은 유전될 수 있는가. @임야비 - 악의 유전학 쌤앤파커스 출간 한달만에 3쇄!! 👏👏👏👍👍
영정 속 아버지.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영정 속 아버지를 봤다. 영정 속, 이라는 말이 이제 다시 실물로 볼 수 없다는 실감을 불러일으켜, 나는 잠시 감상에 젖었다. 그러나 영정 속의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개인적인 감상 따위 부끄럽게 만드는 단호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 앞에 서면 언제나 이런 기분이었다. 좋은 옷, 예쁜 치마, 화장품, 머리 모양,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소소한 화제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그런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어쩐지 좀 억울해서 나는 영정 속 아버지를 노려본다. 그거사 니 사정이제, 나가 머라고 했간디, 아버지는 딴청을 피우는 듯했다.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량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창비 영정 속 아버지. 정지아 - 아버지..
정해연 - 유괴의 날 "희애, 수술 날짜 잡힌 것도 몰라?" "몰랐어." "내가, 희애 잘 부탁한다고, 유괴 받아들일 테니까 그 동안만이라도 잘 봐달라고 했잖아." 높아졌던 명준의 목소리는 이제 단조에 가까운 음이 되어 있었다. 그가 점점 내려가는 음처럼 깊이 깊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로희는 명준을 물끄러미 보았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주제에 가장 화가 나는 것이 딸을 들여다 보지 않은 것이라니. 로희는 문득 죽은 아빠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단 하나의 장면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왕이면 이런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잘못한 사람에게만 불행을 주는 것 같아? @정해연 - 유괴의 날 시공사
인생의 예행연습. 정해연 - 유괴의 날 전국체전 매스게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그랬던 것처럼 그의 인생에는 늘 D-1의 날이 있었다. 예행연습은 늘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인생은 대체 어떤 예행연습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일까. ... 가끔 알 것 같으면서도 정체 모를 뭔가가 눈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평생 2G폰만 써온 노인 앞에 나타난 스마트폰이라든가, 강아지로 알고 데려왔는데 점점 귀가 자라나고 이가 뾰족해지더니 여우가 돼버린다든가 하는 이상한 상황. 로희가 딱 지금 그런 걸 보는 듯한 눈으로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민망한 듯 명준이 목 뒤를 벅벅 긁었다. "하얀 부침개 몰라?“ 로희가 눈도 깜박하지 않고 대답했다. "모르지만 모르고 싶어." 어리바리 어설픈 유괴범과 0.이 퍼센트 천재 소녀의 ..
유전이 되려면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임야비 - 악의 유전학 내 이론의 핵심은 노력의 알갱이야. 동물이 외부 환경과 싸우면서 세포 내부에 기록되는 그 알갱이. 높은 곳에 매달린 나뭇잎을 따 먹기 위해 목을 빼려는 기린의 노력. 이런 육체적인 노력의 알갱이가 자식들에게 전달되는 거야. 정신적인 것도 가능해. 똑똑해지기 위해 오랫동안 공부한 노력,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알갱이가 되어 유전되는 거지. 성품도 마찬가지야. 착해지려고 오랫동안 선행을 베풀었던 노력, 반대로 악마가 되려고 악행을 저지르고 남을 죽이려 했던 그 의지! 그 의지와 노력이 세포에 새겨지고, 그 특징이 알갱이로 응축되어 자식에게 전달되는 거야. 그게 바로 획득 형질의 유전이야. 악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소설. @ 임야비 - 악의 유전학 쌤앤파커스
삶은 대체로 어둡고 차갑고. 손원평 - 튜브 삶도 그랬다. 인생에는 더러 반짝이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삶은 어둡고 차갑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 같았다. 험악하게 구긴 자국과 그 모든 걸 봉합하기 위한 헛되고도 조악한 바느질. 그러곤 오려내고 잘라내고 구멍나고 찢어진. 그래서 더는 그림이라고도 천조각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이게 뭐야, 그냥 버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잡동사니 같은 것이었다. ⓒ 손원평 - 튜브 창비
가장 두려워하는 건 말이 되는 민원. 권제훈 -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학생이 담배 피우는 것은 분명 잘하는 행동이라고 볼 순 없지만 학생의 어려운 집안 환경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탈선은 충분히 용인할 수 있다고 하시는거예요. 그런 환경에서도 담배로 자기 속은 태울지언정 친구들이나 선생님들 속은 태우지 않는다고. 누구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학교 생활에 임해서 역경 극복의 의지가 강한 학생이라고. ⓒ 권제훈 - 여기는 Q 대학교 입학처입니다 &앤드
[새벽 백화점] 김현진 - 녹즙 배달원 강정민 명절에 일하는 것 따위는 별로 상관없는데 이것만은 괴롭다. 바로 주 1~2회 먹는 손님들 몫을 배달하러 새벽에 백화점에 들어가는 것. 모든 백화점이 그렇듯 여기에도 창문이 없다. 그래서 장사를 시작하기 전의 백화점은 암흑처럼 어둡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려면 한참동안이나 기다려야 한다. 백화점의 어둠은 낮 시간에 화려하고 떠들썩한 만큼 한층 더 을씨년스럽다. ⓒ 김현진 - 녹즙 배달원 강정민 한겨레출판 *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쿠팡 : https://link.coupang.com/a/kWfRX 녹즙 배달원 강정민:김현진 장편소설 COUPANG www.coupang.com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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