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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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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허지웅 - 살고 싶다는 농담 오늘 밤도 똑같이 엄숙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천장에 맞서 분투할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그러면 다음에 불행과 마주했을 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 허지웅 - 살고 싶다는 농담 웅진지식하우스
[늘 설레는] 김보민 -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첫머리에 적힌 작가의 말을 읽을 때처럼 고소한 향기가 풍겨 나오는 아침의 빵집 앞을 지나갈 때처럼 밤새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을 때처럼 새로 산 다이어리의 첫 장을 채울 때처럼 채 마르지 않은 머리위로 봄바람이 불어올 때처럼 발에 꼭 맞는 새 구두를 신고 집 밖을 나설 때처럼, 늘 설레는 ⓒ 김보민 -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행복우물
[작은 일에 열심인 사람] 신혜원 - 오늘도 밑줄을 긋습니다 작은 일에 열심인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일을 하찮은 일과 동의어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건 큰 일을 잘 해낸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압도적인 경외감과는 다른 감정이다. '계속 그렇게 고집스러워 주세요.' 하고 조용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 나도 내 몫의 작은 일에 진지하게 임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 신혜원 - 오늘도 밑줄을 긋습니다 강한별
[일출의 매력] 황세원 - 그렇게 풍경이고 싶었다 일출의 매력은 언제나 하루의 가장 첫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에 있었다. 그림자 같은 형체들이 그날 하루 맨 처음으로 그 질감을 드러낼 때, 내 안의 그림자들도 곧 빛을 받을 것만 같은 벅참이 생긴다. 로맨스의 단골 배경은 일몰일지 몰라도, 청춘 드라마에는 일출이 더 많이 등장하는 법이다. ⓒ 황세원 - 그렇게 풍경이고 싶었다 행복우물
[어느 시절, 어느 길목에]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옅은 두통처럼 조바심을 안고 산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마치 대단한 무언가라도 되는 것 같은 착각을 하다가도, 점을 찍고 나면 한없이 유한하고 사소한 자신을 깨닫는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계절의 끄트머리, 다 늦은 밤에 남기는 문장이 당신에게 도착할 때면 나는 어느 시절, 어느 길목에 있을까요. 그땐 또 어떤 갈망과 조바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지. ⓒ 가랑비메이커 -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문장과장면들
[자기만의 천장과 바닥] 허지웅 - 살고 싶다는 농담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내가 보았던 천장과 바닥을 감당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 어둡고 축축한 구석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정확히 뭐라고 호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여러분의 고통에 관해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고통이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게 천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 허지웅 - 살고 싶다는 농담 웅진지식하우스
[말 안에는 늘 이상한 우스움이] 김애란 - 잊기 좋은 이름 활자 속에 깃든 잔인함과 어쩔 수 없는 아늑함에도 불구하고 '말' 안에는 늘 이상한 우스움이 서려 있다. 멋지게 차려입고 걸어가다 휘청거리는 언어의 불완전함 같은 것이. 언어는 종종 보다 잘 번식하기 위해 보다 불완전해지기로 결심한 어떤 종種처럼 보인다. ⓒ 김애란 - 잊기 좋은 이름 열림원
[쓸모없다, 쓸모 있다] 김혼비 - 다정소감 한창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망해서 나 자신이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져 괴롭던 시절,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맞춤법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쓸모 있다'는 띄어 쓰고 '쓸모없다'는 붙여 써야 문법에 맞으며, 그건 '쓸모없다'는 표현이 '쓸모 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기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그렇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래, 세상에는 '쓸모없다'를 쓸 일이 더 많은 거야! 쓸모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정상인 거야! 나만 쓸모없는 게 아니야! 내가 그 많은 쓸모없는 것 중 하나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멋대로 위로받고는 눈물을 쏟은 것이다.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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