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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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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헐렁]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오늘은 병실 침대에서 글을 쓴다. 입원한 채로 마감하는게 처음은 아니다. 아슬아슬한가? 버겁나? 그보다 아픈 와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다행으로 느껴지는 저녁이다. 일간 연재가 강제하는 활기가 나는 싫고도 좋다. 침대에 딸린 간이 식탁 너머로 내 발이 보인다. 당근색 양말이 신겨져 있다. 복희가 급하게 병원으로 오는 길에 내 집에 들러 챙긴 것인데 실은 하마의 양말이다. . 뒷꿈치가 헐렁하다. 환자복도 헐렁하다. 창 밖으로 하루종일 캠퍼스를 내려다 봤다. 넓네. 넓다. 넓구나.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몸도 마음도 헐렁해진 것이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한 발만 잘못 내딛어도 되돌릴 수 없는 아슬아슬함. 부담감. 그래도 내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가끔 헐렁해지기도 ..
[행복의 모양]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복희의 품 안에서 자라고 그녀의 이웃으로 지내면서 나는 그녀로부터 온갖 종류의 행복의 모양을 배워왔다. 행복인 줄 몰랐는데 행복이었던 것들도 있고 행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들도 있었다. 그녀가 나보다 더 많은 걸 행복과 감사로 여긴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 나는 그저 복희를 보고 배운다. 눈물을 참지 말라고 가르쳤던 복희. 감잎차를 수시로 달여 먹으라고 가르친 복희. 길에 떨어져있던 인동초 꽃나무가지를 주워와 화병에 담던 복희. 사십 넘어서 세 평짜리 집에 살면서도 비참함을 모르던 복희. 작은 빌라에서도 온갖 별미의 음식들을 만들어내던 복희. 이름도 복 복자와 기쁠 희자로 된 복희. 내 엄마의 이름을 생각하고 부를 때마다 조금 웃게 된다.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복희랑 앞으로도 여러 행복의 모양..
[살아있어야]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어쨌든 당신과 나는 살아있다. 살아있는 내가 살아있는 웅이를 보고 듣고 있다. 강하고 나약한 당신. 지키고 싶은 게 많은 당신. 그래서 겁이 많아진 당신. 조심하며 살아가는 당신. . 그런 당신에 대해 적는다. 이 글을 살아있는 당신들이 보고 있다. 오늘 밤은 그저 그 사실에 안도한다. 그럴 수 없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우리가 선 자리에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살아간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살아있어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살아있어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요. 살아 있음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히 살아있기를. . 2020.04.01 youtu.be/XWGymEHTNpw [살아있어야]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소중한 일상]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나는 웅이가 깊은 물 속에서 온갖 일을 다 하고도 다시 올라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안도한다. 주먹을 하나씩 얹어가며 천천히 올라오는 날도 있었고, 흙탕물을 먹어가며 발버둥치고 올라오는 날도 있었다. 얼마나 쉽게 숨이 끊어질 수 있는지 그는 몸으로 안다. . 우리는 이렇게나 나약하고 가까이 다가온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건강과 평안이라는 게 얼마나 희귀한 상태인지, 지속하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안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소중한 일상, 소중한 건강. 살아있음과 평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 2020.03.30 youtu.be/qWlUXpphtYs [소중한 일상]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물 속 소리]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물 속에서 웅이는 자신의 숨소리를 듣는다. 호스를 입에 물고 있어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소리는 끊임없이 들을 수 있다. 물 속에서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자기 숨소리 말고 생물들의 소리도 들려온다. 물이 탁해서 다 볼 수는 없어도 들을 수 있다. . 물고기가 가까이 지나가는 소리. 물고기 뒤에 남은 물방울들이 흩어지는 소리. 저 높이 수면 위에 배가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소리. 생생하게 들려온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물 속에서는 소리가 매우 잘 들립니다. 작은 움직임도 큰 소리로 들리는데요. 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소리가 그립습니다. . 2020.03.28 youtu.be/1Uh5CsS0H90 [물 속 소리]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공포를 느낄 때]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물속에서 작업을 하다가 잠수사들이 종종 패닉 상태에 빠질 때가 있어. 왜? 라고 묻자 웅이는 무서워서.라고 말했다. 어떤 종류든 간에 공포야. 겁에 질리는 거야. 사실은 공기가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문제 상황도 아닌데 그냥, 어둡고 춥고 혼자인 바닷속이 너무 두려운거야. 정신이 나가면 사람은 호흡이 빨라지게 돼. 숨을 계속 쉬고 있는데도 숨이 빨라져. 사람은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수 있어. 과호흡으로 죽을 수가 있어. . 그럴 때 아빠는 어떻게 해? 나는 물속에서 들고 있던 장비들을 다 내려놔. 그리고 가까운 기둥을 찾지. 그걸 향해 열심히 헤엄쳐가서 기둥을 온 몸으로 꼭 껴안아. 팔이랑 다리를 죄다 그 기둥에 붙이고 꽉 끌어안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 껴안을 때처럼. 그걸 껴안고 나는 돈 ..
[눈부신 아이]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한번은 그 애가 엄마 얼굴을 그리는 모습을 하마가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댔다. 아이는 종이 위에 엄마의 눈코입과 앞머리를 그려 넣고 있었다. 그러다가 손길이 살짝 멈칫했다. '엄마 오늘 머리 묶었는데, 묶은 머리는 어떻게 그리지?' 생각하는 것 같았댔다. 뒤로 질끈 묶은 머리가 정면에선 보이지 않으니까. . 그 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종이를 확 뒤집었다. 그리고 뒷면에 엄마의 묶은 머리를 슥슥 그려넣었다. 그림은 순식간에 양면이 되고 입체가 되었다. . 하마는 말했다. 그런 걸 옆에서 보면 얼마나 눈부신지 몰라.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우리 모두 눈부신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동심을 가득 안고 있었지요. 그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중2병이란 소릴 듣겠지만, 눈치보지 말고 최..
[타인을 만날 준비]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게을러지고 편해질 수 있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 우리는 타인을 만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 우리 일상에 남이 앉을 자리라는 것은 얼마큼인가. 만나서 마주 앉아 이야기해도 진짜로는 안 만나지는 만남도 많은 것 같았다. 누구의 마음에나 용량의 제한이 있고 체력의 한계도 있고 관계 말고도 애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모르기 때문에 편해질 수 있고, 알지만 모른척하며 게을러질 수 있습니다. 남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마찬가지로요. 아무리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나와 남을 위한 마음 만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2020.03.22 youtu.be/yBmAM2P-4VU [타인을 만날 준비]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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