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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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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커피. 김혼비 - 다정소감 운동을 안 하면 안 하는 대로의 안락함이 또 있기에 거기에 젖어 어영부영 지내던 어느날, 갑자기 커피가, 운동하고 땀에 푹 젖은 채로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마시는 시원한 디카페인 커피가 격렬하게 마시고 싶었다. 그 커피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오직 마시고 싶은 만큼 격렬하게 운동을 해야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커피였다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 그렇게 작가님은 따릉이와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열심히 움직이려고요. 겨울이지만 이불속에서 발가락이라도...
관심이란. 김혼비 - 다정소감 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한다. 순간의 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북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김혼비 - 다정소감 기본 소양이라는 게 때 되면 어딘가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듯 세월 따라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닌데, 그것을 배우고 갖추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와 환경이 확보되어야 하는 건데, 그런 확보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기본'으로서 누군가를 판단할 때 배제되기 쉬운 불리한 어떤 입장들에 대해 잊고 있었다. 설사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적성과 성향, 강점과 약점은 얼마나 다른가.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북스
[잠깐 나와보라고] 김혼비 - 다정소감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북스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안소현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좁은 옥탑방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갑갑할 때면 옥상 한편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 햇빛을 쬐고 바람을 느꼈다. 한참을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나른히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하늘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노을진 많은 날을 우리는 함께 바라보며 곱고 따듯한 색들로 마음을 물들였다. ⓒ 안소현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안온북스
[살아가고 있는 건지 사라지고 있는 건지] 안소현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사랑을 갈구할수록 나의 자아는 점점 흐릿해졌다. 더 불안해지고 무수한 자극들에 휘둘리게 됐다. 그렇게 나를 향한 평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엉망진창이 되어갈 때, 뇌와 마음은 무엇도 담아낼 수 없을 만큼 팽창되었고, 나는 무를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살아가고 있는 건지 사라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세상은 뭘까, 이 두가지 질문을 배낭에 꾸려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기 보단 방랑이었을 것이다. ⓒ 안소현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안온북스
[쓸모없다, 쓸모 있다] 김혼비 - 다정소감 한창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망해서 나 자신이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져 괴롭던 시절,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맞춤법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쓸모 있다'는 띄어 쓰고 '쓸모없다'는 붙여 써야 문법에 맞으며, 그건 '쓸모없다'는 표현이 '쓸모 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기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그렇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래, 세상에는 '쓸모없다'를 쓸 일이 더 많은 거야! 쓸모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정상인 거야! 나만 쓸모없는 게 아니야! 내가 그 많은 쓸모없는 것 중 하나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멋대로 위로받고는 눈물을 쏟은 것이다.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북스
[문틈으로 보인 빛과 나] 안소현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으려 했다. 생각보다는 용기 있고 대담하고 복잡하고 즉흥적이고 고민 많다가도, 아무 생각 없는 단순하면서 소심한 극과 극의 성향이 하루에도 수십 번 교차되어 나타났다. 긴 방랑의 여행길에서 무엇보다 좋은 건 혼자 있는 즐거움을 알았다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 있을 때 내 자아가 슬며시 문을 열고 나왔다. 인도와 네팔에서 가장 새롭고 반가웠던 발견은 그 문틈으로 보인 빛과 나였다. ⓒ 안소현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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