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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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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고요하게]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과묵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몹시 친절한 이들이었다. 아주 짧은 대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호흡 곤란이 진정되었다. 여행에서 나를 해칠지도 모르는 타인을 만날까 봐 걱정이었으나 나를 해치는 건 우선 내 정신이기도 했다. . 해외에 갈때마다 내 심약함 때문에 사는게 버겁게 느껴졌다. 꼬냑 두 잔의 힘을 빌려 잠드는데 성공했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먼저일까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야 스스로가 온전해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힘들면 가끔 무엇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의지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 잘 지내야겠지요. .
[마음을 다해 듣는대도]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우리는 가족이어도 서로의 마음에 어떤 지옥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잘 지내는지, 아프거나 슬프지는 않은지 궁금해 하면서도 다 물어보거나 다 말해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 긴 이야기를 하면 새삼 놀랄 뿐이었다. . 그랬구나, 세상에, 그런 일이 너에게 있었구나, 하고 몇 발짝 늦게 알아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마음을 다해 듣는대도 대부분의 문제들은 철저히 각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될거라는 가족, 그런 가족이라고 모든걸 다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하물며 친구나 직장 동료를 이해한다는건 또 어떤가요. 아마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스스로 풀어가기도 하면서 ..
[말하지 않을 용기]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하마랑은 온갖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우리는 가끔 아무 말도 안 한다. 말 없이 딴짓을 할 때도 있고 말 없이 서로를 볼 때도 있다. 불안하지 않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드나들기까지 그간 많은 언어가 필요했다. . 언어가 잘 만나졌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말을 하지 않을 용기를. 어느 순간 아무 말 안하고도 우리는 너무 괜찮을 수 있다. 가끔 사랑은 그런 침묵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도 한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던 많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한 침묵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고요함 가운데에서도 사랑을 키워가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같이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때..
[생각을 공유하지 않고]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글을 읽다가 어느 여자 애가 쓴 한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그날 나는 혼자 걸으면서 아무와도 생각을 공유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17살의 그녀는 그렇게 적었다. . 나는 부끄러워졌다. 아무와도 생각을 공유하지 않고 홀로 하루를 보낸 적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 어딘가를 걷는 순간은 많았으나 내 생각을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은 적은 드물었다. 끊임없이 어떻게든 나를 드러내며 살았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나를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에게 집중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편안한 일요일 밤 되시길. . 2020.04.12 youtu.be/vtoRlux6c1E [생각을 공유하지 않고]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자기 소개]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그녀는 아주 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왔다. 모두가 복희와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복희는 듣는 쪽일 때가 더 많았다. 어느 자리에서도 자신을 먼저 내세우거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가 뭘 하는 사람인지 혹은 무엇을 잘하는지 같은 건 절대 먼저 설명하지 않았다. . 그런 복희에게 자기 소개란 너무도 어색한 일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취업 준비생들이 모두 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자기 소개란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나는 복희에게 거듭 말했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나를 이야기하는게 참 곤혹스럽다는건 그동안 나를 돌아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나를 설명해본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누구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독이고, 나를 응원해..
[내게 남은 말들]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나를 창피하게 만들고 닭살 돋게 만드는 대사와 문장들 앞에서 이제 나는 즉시 박장대소를 하거나 정색을 하거나 손사래를 친다. 그런 말들은 정말 싫다고, 저리 치우라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비슷한 것을 같이 싫어하는 자들을 만나면 반갑다. 구린 말들을 함께 나열하며 물개 박수를 치고 낄낄대면 아주 통쾌하다. . 그러고 나서 내게 남은 말들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말들을 하고 살면 좋을까.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내가 뱉은 말들은 하늘로 올라가 바람 따라 이동하다가 비와 함께 다시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응원해주는 말과 힘을 주는 말과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해야겠지요.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 2020.04.08 youtu.be/sdOLW0pX3Ww [내게 남은 말들]..
[몸도 마음도 헐렁]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오늘은 병실 침대에서 글을 쓴다. 입원한 채로 마감하는게 처음은 아니다. 아슬아슬한가? 버겁나? 그보다 아픈 와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다행으로 느껴지는 저녁이다. 일간 연재가 강제하는 활기가 나는 싫고도 좋다. 침대에 딸린 간이 식탁 너머로 내 발이 보인다. 당근색 양말이 신겨져 있다. 복희가 급하게 병원으로 오는 길에 내 집에 들러 챙긴 것인데 실은 하마의 양말이다. . 뒷꿈치가 헐렁하다. 환자복도 헐렁하다. 창 밖으로 하루종일 캠퍼스를 내려다 봤다. 넓네. 넓다. 넓구나.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몸도 마음도 헐렁해진 것이다. .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한 발만 잘못 내딛어도 되돌릴 수 없는 아슬아슬함. 부담감. 그래도 내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가끔 헐렁해지기도 ..
[행복의 모양]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 복희의 품 안에서 자라고 그녀의 이웃으로 지내면서 나는 그녀로부터 온갖 종류의 행복의 모양을 배워왔다. 행복인 줄 몰랐는데 행복이었던 것들도 있고 행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들도 있었다. 그녀가 나보다 더 많은 걸 행복과 감사로 여긴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 나는 그저 복희를 보고 배운다. 눈물을 참지 말라고 가르쳤던 복희. 감잎차를 수시로 달여 먹으라고 가르친 복희. 길에 떨어져있던 인동초 꽃나무가지를 주워와 화병에 담던 복희. 사십 넘어서 세 평짜리 집에 살면서도 비참함을 모르던 복희. 작은 빌라에서도 온갖 별미의 음식들을 만들어내던 복희. 이름도 복 복자와 기쁠 희자로 된 복희. 내 엄마의 이름을 생각하고 부를 때마다 조금 웃게 된다.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복희랑 앞으로도 여러 행복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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