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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이 나면 그간 지켜오던
일상의 절차가 무의미해진다.
샤워를 한 뒤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창문을 열어두는 일도,
젖은 수건에서 냄새가 나지 않게
널어두는 일도
몸이 아플 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된다.
열이 거의 내린 뒤 뒹굴뒹굴하며
휴대폰을 만지고 있으니 진이 말했다.
이렇게 대놓고 오래 빈둥거리는 거 처음 봐.
많이 봐둬. 1년에 한 번이야.
농담이면서 진담이기도 했다.
그만큼 쉴 줄 모르고 살았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전력 질주를 하다 휘져• 있곤 했다.
하지만 작은 스트레스에도
몸에 말썽이 생기는 지경에 이르니
점점 사는 방식이 바뀌었다.
• 무엇에 시달려 기운이 빠지고 쇠하여지다.
이제는 일정을 짤 때 무엇이든
겨르로이• 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둔다.
그리고 내 상태를 자주 돌아본다.
• 한가로이 , 겨를 있게.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 민바람 글, 신혜림 사진 - 낱말의 장면들
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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