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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모든 날, 모든 시간이 가을답다.
쌀랑한 아침 바람도,
추적추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성긴 비도,
어느새 이렇게 낮이 짧아졌나
당황케 하는 저물녘과,
기분이 산뜻한 건지 쓸쓸한 건지
헷갈리게 하는 저녁 공기도.
마치 잊을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쉼 없이 알려준다.
너는 서른아홉의 가을날을 지나고 있다고.
착실히 늙고 있다고.
철 지나 쓸모없어진 물건을 가을부채라 한다.
여름내 손에 붙어 있던 부채는
더 이상 덥지 않은 날씨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힌다.
전성기가 지난 사람의 신세.
겨울부채라 하지 않고 가을부채라고 하는 건
한발 늦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늘 뒤돌아보며
한발 늦었다는 아쉬움 속에 사는게
인생이란 걸 생각하면
가을과 부채의 만남이
두 낱말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
주머니 속 조약돌처럼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 민바람 글, 신혜림 사진 - 낱말의 장면들
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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