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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는 땅딸막하고 검어서
마치 종을 엎어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혹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남자의 뒷모습 같기도 했다.
해가 지고 엷은 저녁놀 속에 푸르름이 흐를 무렵,
종의 꼭대기 부분에 오렌지색 불이 켜지고
그 불빛이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등대는 언제나 황혼의 정확한 그 시점을 포착했다.
멋진 저녁노을 속에서도, 어두운 안개비
속에서도 등대가 포착하는 순간은
항상 같았다.
빚과 어둠이 뒤섞이고,
어둠이 빛을 넘으려는 바로 그 순간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 1973년의 핀볼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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