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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길에 어둑한 골목 끝을 바라보며 걸으면
당연한 것들이 절망스러워졌다.
왜 밤은 끝나야 하고 왜 아침이 오는지,
왜 사람들 틈에 살아야 하는지.
영원히 밤인 곳에서 살고 싶다,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한 건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의 날카로운 자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주는
관계의 안정감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믿는 구석이 필요하다.
어릴적 마음 놓고 잠들던 밤처럼.
무방비한 나를 지켜줄 이가
아무도 없어 보일 때는
내가 나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두 팔을 가슴 위에 엇갈리게 놓고
손으로 양쪽 어깨를 번갈아 두드린다.
너는 안전해. 마음 놓아도 돼.
@민바람 글, 신혜림 사진 - 낱말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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