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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개헌티 이만히 말을 했어도 알아들었었소.
옷 털고 손 씻는 것이 멋이 월매나 힘들다고
번번이 속을 뒤집는가,
나가 참말 복장이 터져서 못살겄소.”
어머니는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르며
아버지의 몸에서 떨어진 풀씨와 먼지를
일일이 손으로 쓸어 담았다.
태연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도를 넘는다 싶을 즈음,
신문을 촤악 펼치며 일갈했다.
“생각혀봐.
사람은 하나님이 여개 사람이 있어라,
고런 시답잖은 말 한마디 했다고
하늘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먼지로부터 시작됐다 이 말이여.
긍게 자네가 시방
쓸고 담고 악다구니를 허는 것이
다 우리 인간의 시원 아니것어?"
아이고, 말은 청산유수제,
고거 생각할 시간에 옷이나 한번 털제,
라고 돌아서면서, 아버지에게는 들리지 않게
고시랑고시랑했던 것이다.
내가 알던 아버지는 진짜일까?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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