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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을 잡은 그의 손 마디마디의
섬세함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잔을 기울이는
행위를 지켜보는 것은
눈을 감지 않고 하는 명상이었다.
발소리도 주의하게 되는 성당에 들어온 기분으로
졸졸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다.
그는 액체가 흘러 내려갈 수 있게
구멍이 나 있는 나무 받침대에 용기들을 두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잔을 달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언제나 물을 넘치게 붓는다는 거였다.
세례를 하듯 찻잔을 끝까지 물로 적셔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데웠다.
아슬아슬하지만 이완을 부르는 광경이었다.
차도, 어떤 하루들도
머리끝까지 잠겨야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밖을 나서니 특별한 날이 아닌
보통의 날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얀색 도화지처럼 평범해서 눈부신 날들.
이유 없이도 축하해야 할 날들이.
동경하는 것들에 대하여
© 유지혜 -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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