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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을 유영하는 날은 괜스레 기분이 설렌다.
적당한 감춤과 드러냄이
감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탓이다.
그해 봄에도 그랬다.
폭설처럼 하얗게 밀려들던 안개로
춘천 가는 길은
때 아닌 계절을 지나는 듯했다.
봄과 겨울 사이
혹은 피안과 현세의 경계를 지나는 듯.
느슨한 일상처럼 풍경이
게으르게 지나는 걸 바라보는 일은
그래서 좋았다.
때로 풍경은
그렇게 덜 드러나 더 설렌다.
덜 여물어 더 찬란한 청춘처럼 말이다.
감춰진 듯 드러나고,
뜨거운 듯 차가운 청춘의 한때처럼.
시린 안개 피는 가을에도 여전히 봄.
©이시목 외 11인 - 소설이 머문 풍경
글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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