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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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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장마철에도 이 가벼운 집이 떠내려가지 않아서 감사하고, 이제 한겨울에 집에서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되니 감사하다. 햇반을 먹을 수 있게 해주어서 전자레인지에 감사하고, 산골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주어서 KT에 감사하다. 고독사할까 봐 간간이 생존 확인을 해주는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미천한 나를 믿고 일거리를 주는 편집자분들에게 감사하다. 감사하다고 말을 하면 자꾸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 꼬리를 물고 온다. • 이은정 - 쓰는 사람, 이은정 포르체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긴급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간다. 그런데 그 길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있다. 내가 높이 뛰어서 넘어갈 수 있는 장애물도 있지만, 너무 높아서 넘어갈 수 없는 장애물도 있다. 그것은 교통상황, 불법주차, 고장난 옥내 소화전 펌프, 소화전에 주정차된 차량 등 다양하다. 어느 국가에서는 그 장애물을 손으로 밀고 넘어가는데, 대한민국은 장애물이 다칠까 봐 돌아서 가야한다. 장애물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나라를 과연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 조이상 -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푸른향기
다정소감 시리얼은 지금까지도 조금 애틋하고 각별한 음식이다. 마침 시리얼을 즐겨 먹던 시기가 유년 시절과 겹쳐서 더욱 그렇다. 마냥 유치했고, 삶의 구겨진 이면 같은 걸 모른 채 세상 모든 걸 총천연색으로 받아들였고, 생기가 넘쳐흘러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던, 인생에서 아주 짧았던 시절. 사는 게 지나치게 복잡하고 고단하게 느껴져 유치함에서 흘러나오는 천진한 힘이 필요한 날이면 우유에 시리얼을 붓는다. ⓒ 김혼비 - 다정소감 안온북스
살고 싶다는 농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정한 거리감이라는 게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열 보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반보가 필요하다. 그보다 더하거나 덜하면 둘 사이를 잇고 있는 다리가 붕괴된다. 인간관계란 그 거리감을 셈하는 일이다. • 허지웅 - 살고 싶다는 농담 웅진지식하우스
그렇게 풍경이고 싶었다 내 발이 눈밭에 폭폭 들어가는 소리들을 느끼며, 내가 늘 느끼던 겨울의 따뜻함들을 다시 새겨보았다. 사실, 늘 마음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눈밭을 함께 걷는 사람의 마음, 코코아를 타주는 사람의 마음, 목도리와 장갑을 건네주는 사람의 마음, 불빛을 켜 어둠을 밝히는 사람의 마음. 이제는 내게 한 가지가 더 생겼다. 하늘에 원색의 커튼이 움찔거리는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보글보글 올라오는 그 뜨거운 감동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 황세원 - 그렇게 풍경이고 싶었다 행복우물
당연한 하루는 없다 도관 수술 후 두 달 동안 샤워를 못 했다. 아직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은 탓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몸통 부분만 빼고 씻거나 물수건으로 등을 닦는 게 전부였다.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하루의 노곤함을 풀어내던 때가 너무도 그리웠다. 누군가 내게 가까이 오면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두달 뒤 샤워를 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기쁨은 여전히 선명하다. 투병은 당연했던 일상을 조금씩 깨트렸다. ⓒ 희우 - 당연한 하루는 없다 수오서재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자. 야반도주 -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앞으로, 잘 하는 놈이 잘 하는거 하자.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자!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 김멋지 · 위선임 -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위즈덤하우스
먹어도 또 먹어도 좋은 김밥. 이은정 - 쓰는 사람, 이은정 한두 끼를 김밥으로 먹고 나면 가족들은 김밥을 외면하고 다른 음식을 찾았지만 나는 먹어도 또 먹어도 김밥이 좋았다. 가장 좋은 점은 밥상 머리에서 항상 듣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김밥을 먹을 때는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는 말을 누구도 하지 않았다. 예리한 엄마는 어린 딸의 김밥사랑을 약점으로 이용하곤 했다. 아무 날도 아닌데 가끔 김밥이 밥상 위에 올라 있으면 나는 쾌재를 부르며 집어먹었다. 그때마다 김밥은 수상한 맛을 품고 있었다. ⓒ 이은정 - 쓰는 사람, 이은정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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